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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꺅!”

 

   갑작스레 들리는 비명소리였지만 미사키에게는 드문 일은 아니었다. 약속을 위해 내딛던 걸음을 잠깐 멈추고 미사키는 펜과 라이터 파츠로 분리되어 있던 호신용 권총을 조립했다. 소리를 따라가자 그리 멀지 않은 길목에서 녹색의 괴생명체 무리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들의 앞에 서 있는 것은 서로를 껴안은 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 모녀였다. 셋. 아니, 네 마리. 아무리 탈피하기 전의 사나기체라고 한들 현재 미사키가 가지고 있는 이 권총으로 저들을 이기기는 역부족일 터였다.

 

   “도망치세요, 어서!”

 

   모녀에게 소리를 치는 것에 고민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젝트의 설립 목적은 웜의 근절과 인류의 보호. 그리고 미사키는 그 젝트에 소속되어 있는 멤버였으니까. 탕, 탕, 탕. 웜을 항해 날아간 탄환은 목표에 정확이 명중했으나 초록색의 껍데기 위로 연기만 올랐지 흠집하나 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래도 그들의 주의를 끄는 것에는 성공했는지 멈추어 섰던 웜들은 모녀를 두고 미사키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키에에엑

 

   미사키는 뒷걸음을 치며 제게로 다가오는 웜에게 총을 쏴댔지만, 그 행동은 오히려 그들을 자극시키기만 한 모양이었다. 소름 끼치는 울음을 흘리며 달려온 웜은 순식간에 미사키의 앞에 서 있었다. 징그러운 외관에 총구를 겨눴지만 찰각, 하고 방아쇠가 당겨지는 소리만 들릴 뿐, 슬라이더가 젖혀진 채 멈춰있는 총에서는 더 이상 탄환이 나가지 않았다. 다행히도 모녀는 도망친 모양인 지 아까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어떡하지…. 다행이지 못한 것은 제 상황. 뒷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웜이 한 번 더 울부짖더니 갈퀴처럼 생긴, 손톱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높이 치켜들었다. 필히 저 위협적인 것으로 저를 내려칠 게 분명했다. 도망칠 곳 없는 주변을 둘러보던 미사키는 점점 더 가까이 내려오는 갈퀴에 본능적으로 두 팔으로 제 머리를 감쌌다.

 

   ‘츠루기 군….’

 

   이제 끝이구나 하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자 뭣도 모르는 천진한 모습으로 저를 기다리고 있을 한 사람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지 는 모르겠으나 저를 베어내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어떠한 고통은커녕, 바로 앞에 있어야할 웜들의 기척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고 폭발음만이 귓가를 맴돌고 있었다.

 

   “츠루기 군…?”

 

   감았던 팔을 천천히 내리며 눈을 뜬 미사키의 시야에는 초록색의 폭발을 배경으로 짙은 보라색의 독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칼날이었다. 전갈의 형상을 띈 보라색의 라이더, 가면라이더 사소드. 그가 들고 있던 검에서 보라색의 전갈이 떨어져 나오자 갑옷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속에 있던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예상치도 못했던 인물이 나타나자 미사키는 당황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카미시로 츠루기. 땅을 파고 사라진 전갈, 사소드 젝터의 선택을 받은 적합자. 그리고 아까 전 미사키의 머릿속에 떠오른, 져버린 약속 상대.

 

   “나의 사람 미사키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알 수가 있지.”

   “그… 미안해. 츠루기 군.”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앉았다 일어났다 놀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정신없이 제 주변을 빙빙 돌며 저를 살피는 츠루기에게 미사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사과를 건넸다. 그가 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고, 하마터면 그에게 또 누군가를 잃는 슬픔을 안겨줄 뻔 했으니까.

 

   “괜찮아. 미사키느에게 무슨 일이 있든 내가 지킬 거야.”

 

   미사키에게 별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츠루기는 손을 허리에 얹곤 멋들어지게 웃었다. 하지만 우쭐한 태도와는 별개로 떨리는 그의 손은 그가 괜찮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흩어지는 장미 꽃잎, 쓰러지는 한 여자. 악몽으로 남아버린 날의 환영이 츠루기를 스쳐지나갔다.

 

   “아냐, 미사키느. 다시는 그러지 말아줘.”

 

   츠루기는 미사키의 손을 꼭 쥐었다.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도 물기가 어린 눈망울도 여느 때와는 다르게 진지한 그의 표정도 무엇 하나 빠짐없이 츠루기의 불안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미사키느가 그러지 않도록 웜은 내가 모조리 쓰러뜨리겠어.”

   “조심할게. 앞으로는 안 그래.”

 

   지켜질 약속일 지 장담 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를 걱정시키고 싶지는 않았기에, 미사키는 씁쓸하게 웃으며 답했다. 츠루기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미사키는 ‘그럼 이제 데이트 하러갈까?’ 하고, 그의 머리칼을 쓸며 말했다.

 

   “응!”

   “가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그새에 완전히 기분이 좋아졌는지 천진한 얼굴로 돌아와 헤실헤실 웃고 있는 츠루기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사키느하고 들러붙던 그가 부담스럽기 그지없었지만, 이제 싫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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