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欅坂46 - 二人セゾン (Keyakizaka46 - Futari Saison)
숨을 격하게 들이쉬고 내쉬며 잠에서 깬 미소라의 눈에 들어온 시계는 새벽 네 시를 지나고 있었다. 식은땀이 나 손등으로 닦아내며 불길한 꿈이 부디 꿈이길 바랄 뿐이었다. 베르나주의 힘을 얻은 후 안 좋은 꿈이 현실로 일어난 적이 종종 있었기 때문에, 그게 베르나주의 힘인지 사실 제게 원래 있던 능력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그랬기 때문에 불안했다. 예감이 안 좋다고 전투를 못 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여전히 전투는 계속되고 있었다. 전쟁은 가속화되어 에볼토의 계획대로 엉망이 되어가고 있는 나라만이 남을 뿐이었다. 남은 라이더 네 명이 그의 계획을 저지하고 나라를 되찾거나, 다른 방법을 찾는 것 외에는 달리 뾰족한 수도 없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구르고, 다쳐오는 이들을 바라보며 미소라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겨우 불씨만 남아있는 베르나주의 힘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것뿐이었다. 이마저도 미소라 자신이 아니라 베르나주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말이다.
불길한 꿈에 새벽 네 시 즈음 깬 이후로 제대로 잠을 못 잔 미소라의 안색이 평소보다 배로 안 좋아보였다. 쪼르르 달려 온 사와가 괜찮냐 묻는 말에 기운 없는 목소리로 잠을 좀 설쳤어, 라고 말하기만 하고 테이블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카즈밍은?
“아마 한 바퀴 돌러 갔을 거야. 아침부터 몸이 뻐근하다고 했거든.”
“아, 그래.”
해야하는 말이 있는데, 어디부터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아니 것보다 해도 되는 말인지부터 모르겠다. 내가 불길한 꿈을 꿨다, 종종 그런 꿈들이 현실이 되어버려서 불인해서 그러는데 당분간 싸우지 말아라? 애초에 그런 말을 지금 이 시점에 해선 안 되는 거잖아. 북도를 빼앗기고, 동료를 잃은 카즈미의 슬픔에 대해 봐온 것들이 있는데, 이 전투에서 빠지라고 무슨 수로 말을 해. 차라리 바보 반죠면 얘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제 팬이라고 설친다든지, 그것 때문에 시끄럽게 군다든지, 그런 것들로 카즈미가 싫은 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반죠나 센토만으로는 나시타의 분위기가 늘 붕 뜰 수가 없었으니까, 차라리 그렇게 오버해서라도 붕 띄우는 쪽이 미소라 입장에서는 나을지도 몰랐고. 오히려 고맙고, 좋지만, 너무 오버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말을 못 할 뿐이지. 어쨌거나 그래서 센토에 대해서 안 좋은 꿈들을 꿨을 때보다 더 불안한 게 어쩌면 사실이다. 동료를 잃은 그가, 자신만은 잃지 않았으면 하니까.
“미땅? 안색이 안 좋은데?”
멍하니 앉아 안 좋은 꿈에 대한 이야기를 곱씹고 있을 때 즈음 옆으로 의자를 끌고 와 앉은 카즈미가 미소라의 앞에 얼굴을 내밀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미소라가 말이야, 잠을 설쳤대. 하고 사와가 한 마디 내뱉으니 벌떡 일어나 주먹을 쥐며 우리 미땅의 잠을 방해하는 게 대체 뭐야! 같은 소리를 하며 또 소란이었다.
“머리 울려…….”
“……미안, 괜찮아?”
일어났던 카즈미가 미소라의 한 마디에 다시 자리에 앉고는 괜찮냐며 꽤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있잖아, 카즈밍.”
“응?”
느리게 깜빡이는 눈, 떨리는 손, 흐려지는 초점을 겨우 부여잡은 미소라가 카즈미를 나지막히 불렀다. 작은 목소리는 바로 옆에 앉아있는 카즈미에게만 들릴 정도였고. 그 목소리에 덩달아 약간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 카즈미의 태도가 웃겼는지 실풋 웃은 미소라가 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있지, 안 좋은 꿈을 꿨어.
“카즈밍이 없어지는 꿈이었거든. 죽었는지, 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없어지는 꿈이었어.”
“……미땅?”
“나, 종종 안 좋은 꿈이 현실이 되곤 해버려서, 그래서 이번 꿈도 현실이 되버리면 어쩌나 불안해져서 자꾸…….”
아랫입술을 꼭 문 미소라가 떨리는 손을 붙잡고 숨을 다시 내쉬었다. 센토 때도 불안했고, 그렇지만 그 불안과는 또 다른 느낌의 불안이었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서 생기는 불안인지, 그게 아니라면.
“그것 때문에 잠을 설친 거야?”
꼭 쥔 두 손의 위로 제 손을 포갠 카즈미가 낮게 물었다. 그래서 안색이 안 좋았던 거야? 미소라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야 어떻게 될지 정말 알 수 없으니까, 나는, 나는.
“그런 일이 안 생기게 하겠다고 다짐은 못 하겠지만, 조심하도록 할게. 경고 받은 기분이네, 목숨 깎아 먹지 말라고.”
멋쩍은 듯 웃는 카즈미의 웃음에 허탈한 듯 바람 빠진 웃음을 내뱉은 미소라가 풀리는 긴장에 큰소리로 웃어보였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한참 고민을 했는데, 고민한 게 헛수고가 됐잖아.”
“고민까지 했던 거야?!”
“아! 얘기해서 됐어, 졸리다. 잘래!”
자리에서 일어난 미소라가 카즈미를 뒤로하고 지하실로 돌아가 침대에 뛰어 들었다. 손의 열기는 카즈미의 열기이기도 했지만, 제 손에 포개어진 카즈미의 손에 닿은 순간부터 뜨거워진 제 손에 대한 열기이기도 했다. 손을 쥐었다 펴본 미소라가 묘한 기분을 뒤로하고 밀려오는 잠을 청한다.
오전 일찍 다시 잠든 미소라에게 찾아온 꿈이 그 어느 순간 꾼 꿈보다 따스하고, 행복했다는 것은 미소라만 알고 있는 비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