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欅坂46 - 二人セゾン (Keyakizaka46 - Futari Saison)
*고버스터즈 본편 스토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일까 아닐까 고민했는데 일단 열람에 주의 바랍니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이것은 틀림없는 사랑이라고, 분명히 이 감정은 사랑이라고. 사랑인지 아닌지는 누가 생각하고 느껴보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 인간들은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게 빨라지거나, 보고 싶은 감정이 물밀 듯 밀려오거나, 떨리고, 열이 오른 듯 뜨거워지고, 호흡이 빨라지는 등의 아프지 않음에도 생기는 이상한 일들을 나열해 사랑이라고 말해왔다. 물론 그 모든 게 사랑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것들이 단 한 사람을 바라보거나 생각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라면 조금 다르겠지.
엔터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인간들의 감정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쓸데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관심 없고, 정말 무의미한 감정이라고 말이다. 그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들은 무엇을 행하지? 사랑한다는 말을 주거나 받고, 스킨십을 나누고, 더 나아가 평생의 동반자로 삼기도 한다. 그 과정에 쓸데없는 감정소모가 끝없이 이루어지고, 의견 차이가 생겨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화를 내기도 한다. 그 감정소모의 끝이 버텨내어 서로를 이해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길인지, 이별의 길인지 결정하는 것도 온전히 인간들이었다. 정말이지, 무의미하고 쓸모없는 감정이 아닐 수가 없다.
그래서 엔터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자신이 인간들에 비해 훨씬 나은 존재라고 굳건히 믿어왔다. 정말로 그랬다. 메사이어를 카드로 만들어 인간들의 데이터를 모으며 그들의 감정을 조금씩 흡수하게 되었을 때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적어도 에스케이프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워와 자신에게 들어있던 메사이어 카드에 옮겨지기 전까지는 말이지.
“쓸데없는 짓을 하셨습니다.”
엔터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에스케이프가 코웃음을 쳤다. 파파를 위한 일이니까, 나는 필요하다 생각한 걸 학습했을 뿐이야.
에스케이프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후회 따위를 모르는 것도 있기는 하겠지만, 정말 그게 메사이어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사실 엔터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직까지 제게 오는 영향은 없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생각을 했다. 중요한 건 아니지, 사랑이라는 건 결국 누구에게 반응하는가, 그것뿐이니까.
“됐습니다. 별로 신경 쓸 필요는 없으니, 상관은 없겠죠.”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너, 내가 모아온 데이터가 쓸모없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어깨를 으쓱하며 엔터가 자리를 뜨기로 한다. 아직은 진실을 모를 테니, 그냥 이대로 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이런, 또 어디로 갔을까요.”
사랑이라는 감정을 학습한 후로 제 앞에서 자주 모습이 보이지 않는 에스케이프가 부쩍 궁금해졌다. 인간계에서 딱히 할 일도 없을 텐데, 물론 카드도 한 장 없어 더 이상 뭘 학습하고 다니지도 못하고. 그런데 뭘 하고 다니기에 매번 안 보이는지 모르겠네요.
단순한 호기심이라고 생각했다. 인간들의 데이터에는 중간 중간 그들의 감정이 섞이기도 했고, 호기심 같은 것들도 당연히 들어오니까 별 수 없다고 생각했지.
“뭐야, 너?”
“어디 다녀오시는 길인가요.”
“알 필요 있어? 내가 일일이 보고라도 하고 다녀야 해? 언제부터 보고 같은 걸 하고 다녔다고.”
하기야, 언제부터 보고 따위를 바랐다고 이런 걸 묻고 있는지. 제가 물은 질문에 도리어 역공을 맞은 엔터가 어깨를 으쓱하며 별 뜻은 없었다고 입을 열었다.
“자리를 자주 비우시기에 물어봤을 뿐입니다.”
“……쓸데없어.”
알고 있다. 물론 말이다, 에스케이프보다 질문한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뭔가 자꾸 마음에 걸린단 말이지.
“그렇지만 앞으로는 좀 쓸데없어도 보고 정도는 하고 다니셨으면 좋겠군요. 어쨌거나 지금은 저와 당신, 둘밖에 없으니까요.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곤란해지니.”
엔터의 말에 미간을 찌푸린 에스케이프가 성큼 그의 앞에 다가가 목 아래 총구를 들이밀었다. 짜증난다는 걸 단번에 보여주는 태도였다.
“너 말이야, 진짜 짜증나.”
“진정하세요.”
“신경 쓰지 마. 내가 어딜 가든 너한테 보고할 생각 따위는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테니까.”
한 번만 더 그딴 소리 하면 다음에는 총알을 날릴 테니까 그런 줄 알아, 하고는 엔터의 앞에서 모습을 감춘 에스케이프가 떠난 자리를 한참 보던 그가 한숨을 삼켰다.
인간들에게 있어 사랑을 알아차리는 방식들이 심장박동, 열, 떨림, 그리움 등이라고 해서 그것이 아바타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리는 없다. 그저 데이터 조각들에 불과한 그들이 사랑을 알아차릴 수는 없겠지, 영원히. 그런 감정조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으니, 만약 그 모든 것들이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해도 못 알아차릴 것이다. 영원히.
마음에 안 드니 손 볼 필요가 있겠네요. 마드모아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