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欅坂46 - 二人セゾン (Keyakizaka46 - Futari Saison)
우중충한 날씨, 조용한 거리. 모든 것이 망가지고 사라지고. 곁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는 같은 자리, 똑같은 시간에 나타나 그 자리를 맴돈다. 좋은 아침, 요코. 아무도 없는 그 자리에서 그가 나지막이 하는 말은 언제나 똑같았다.
신세대 오버로드 인베스였던 쿠몬 카이토. 그는 그에게 걸맞은 옷을 갈아입지 않는다. 팀 바론이라는 소속에 여전히 머무르는 것처럼 검은색과 빨간색이 조화를 이루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거리를 돌아다닌다.
그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존재였으며 그 누구도 그를 곁에 있지 않았다. 그를 따르던 미나토 요코를 제외하고. 잭은 그를 따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를 제거할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을 뿐. 잭이 터트린 폭파에 의해 추락사로 요코가 죽었다. 하지만 카이토는 잭을 죽이지 않았다. 그가 강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있잖아. 만약 내가, 열매를 가졌다면…. 네가 나를 선택해줬을까?」
“요코는 요코, 금단의 과실은 금단의 과실이다.”
「정말로…, 소질이 없네.」
그와 자신을 따르던 그 사람과의 마지막 대화였다. 따뜻했던 손, 시간이 지날수록 거칠어지는 숨소리,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 그게 그가 느낀 마지막 그의 감정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들어온 감정에 사로잡힌 채 어느 곳도 떠나지 않고 한 곳만을 맴돈다.
그 자리는 그들이 함께했던 마지막 장소임을.
*
하루가 멀다하고 집을 잃은 동물처럼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 다시 만나고 싶어. 대화를 되짚어 볼수록 불필요한 감정들이 자신을 갉아먹고 있으리라. 미나토 요코. 그의 이름을 다시 읊어본다.
오늘따라 거리는 시끄러웠다. 그럴만 하지 않나. 자와메 시를 지배하던 이그드라실이 부숴져있는 건물과 바닥, 그리고 다시 무대에 나타난 비트 라이더즈의 흥은 여전히 흥겨웠기 때문에. 새로워진 자와메 시. 카즈라바 코우타, 네가 바라던 이상적 세계는 이거였나? 인간은 어둠 속에서 빛을 찾을 수 있다. 너는 라이더들 사이에서 빛이나 마찬가지였지. 그렇기에 넌 세계를 지키기 위해 희생했지만.
내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곁에 있던 것은 카즈라바 코우타, 그였지만 나는 카즈라바 코우타라는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하지만 요코, 사실 넌 내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봐 준 것이 아닐까. 오늘도 똑같은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왕이 되려던 사람이 이렇게 있으니 새롭네.”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음을. 요코. 내 시선에, 내 눈동자 속에 그의 모습이 잡혀있다. 미나토 요코. 나의 표정은 무엇으로 가득할까. 당황? 아니면, 놀라움? 요코는 내 표정을 천천히 읽듯이 평소와 같은 옷을 입을 나를 훑어보다가 옅게 웃어 보였다.
“여전히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구나.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잖아.”
“그렇지 않아.”
“지금은 누가 봐도 그래 보여. 아, 아무도 안 보이려나.”
아무도 없다. 맞는 말이다. 지금 우리가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죽었으니까. 그렇기에 우리 또한 서로 만날 수가 없다.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나와 미나토였음을.
“요코, 어떻게 된 거지?”
“뭐가?”
“지금 우리의 상황.”
나도 잘 모르겠는데. 라는 말만 남기며 여전히 정장을 입고 있는 그가 거리를 둘러보았다. 다시 살아난 거 같진 않아. 그의 말에 동의했다. 다시 살아날리가 없다. 인간은 한 번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기 때문에.
요코는 달리 동요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자신이 이렇게라도 다시 형태를 가지게 됐다는 것을. 죽는 것도, 살아있는 것도. 그의 목적은 힘을 갈구하는 사람을 찾는 것. 그것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를 선택한 걸지도.
만약, 너와 내가 다시 살아나게 된다면. 미나토 요코를 보기 전까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문제였다. 그랬었다. 분명히.
네게 손을 내밀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온기를 느끼고 싶어서. 물론 현실의 따뜻한 온기가 아닌 곁에 사람이 있다는, 그런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 요코는 그런 손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 또한 이런 감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손이 잡혔을 때 어느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지막에 어루만졌던 손에서 피가 흐르지 않아 차가움만 남아있었다.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로를 위로해줄 수 있다. 아니, 나를 위로해줄 수 있다.
“의외네.”
“무엇이?”
“네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
“한 번쯤은.”
“여전히 감정 표현도 못 하고.”
“아니라고 말했다만.”
“알겠어. 그런 게 스킨십인 쿠몬 카이토.”
미나토 요코는 미소를 보였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보는 미소였다. 거짓말도, 헛웃음도 아닌 정말 그의 미소를. 웃으면 따라 웃게 된다고들 하지만 웃음이 안 나오는 건 당연한 말일지도. 웃고 있는 그를 한참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굴 뿐이었다.
“어디 갈까, 요코.”
“어디든 상관없어. 어디든 널 따라갈 테니.”
*
둘이서 같은 발걸음으로 커다란 세계수 앞에 걸어갔다. 요코는 이그드라실에서 보았던 세계수와는 차원이 다르게 자라있는 세계수를 보며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물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세계수에 손을 대었다. 타카츠카사 마이와 처음 만났을 때, 무녀의 옷을 입고 틀어막힌 춤을 추던 그와 만났을 때도 이 세계수는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에 왔을 때는 분명히 없었는데 말이야. 시작의 여자가 제자리로 돌려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미나토 요코는 어느 한 곳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그의 정신을 빼앗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나 또한 그가 바라보는 쪽으로 고개를 틀어 바라보았다. 크랙처럼 생겼지만, 크랙은 아니었다. 마치 억지로 열어놓은 듯한, 그 느낌. 익숙한 느낌이었다. 이곳으로 빠져나가면 분명히 헬헤임이 있으리라. 자연스럽게 그리 생각했다.
내가 그 크랙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을 때, 요코는 내 손목을 붙잡으며 크랙과 나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고 있었다.
“들어갈 생각이야?”
“저기가 헬헤임이라면.”
“난 저곳이 헬헤임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헬헤임이 아닐 거라는 말에 미간을 잠시 구겼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모 아니면 도였음을. 나는 저곳이 헬헤임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저 크랙 너머로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아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나를 저곳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호기심? 아니면, 괜한 자존심?
“잡고 있을 거면 계속 잡고 있도록. 네 말대로 어디든 날 따라오고 싶다면.”
“뭐?”
나는 그 크랙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요코는 굳이 잡은 손목을 놓지 않았다. 정말로 어디든 따라가는 왕의 신하처럼. 난 더는 왕도, 무엇도 아닐 텐데. 자신도 모르게 생각했다.
크랙 속으로 들어갔을 땐 환한 빛이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요코에게 잡히지 않은 손을 올리며 자신의 눈을 태워버릴 듯한 빛을 가렸고 앞으로 더더욱 나아갔다.
빛이 점차 사그라졌을 때쯤, 팔을 내렸다. 크랙을 타고 들어온 곳은, 어느 한 컴컴하고 커다란 거울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물론 그 거울에는 나와 요코는 비치지 않았다. 당연한 것일까.
요코는 금방이라도 이 곳을 적응했는지 돌아다니고 있었다. 촛불은 총 5개. 두개는 불이 들어와있는 상태였다. 저것은, 우리를 나타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무엇을 나타내고 있는지 알 없었다. 다만 알 수 있는 건, 여기에 나와 요코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 있다는 것. 나와 요코는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괜히 들어와 버린 건지.
하얀 의사 가운을 입은 한 사람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무언가를 주우며 무언가를 읽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요코는 그에게 다가가 공격을 가할 뿐이었다. 적은 아니었지만 알 수 없는 자였기 때문에 말릴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
하지만 우리들의 마지막 이야기는 이것이 시작이었다. 그에게 협력하는 것이 어리석은 짓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나의 길이다. 나는 내가 갈 길을 선택한 것뿐이다.」
「이걸로 정말, 카이토의 미래를 볼 수 있게 되었어.」
*
내 목숨이 사라지기 전, 네게 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었어.
뭐냐.
사랑했어, 카이토. 너의 미래를 보게 되어서 기뻤어.
…. 그래. 나도 너와 마지막까지 함께해서 다행이군.
여전히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구나.
그게 뭐 어쨌다고.
나와 미나토는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서로 마주 볼 수밖에 없었다. 게임의 세계. 되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고 또다시 죽음을 택하며 나는 미나토 요코의 뺨에 손을 대었다. 나 또한 사랑했을지도 몰라, 요코. 사라져가는 몸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이것이 너와 나의 마지막 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