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欅坂46 - 二人セゾン (Keyakizaka46 - Futari Saison)
무더위 속 문안 인사 드립니다.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어릴 때부터 항상 여름에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때면 늘 '무더위 속 문안 인사 드립니다.'로 운을 떼어야 한다고 우리 어머니께서는 그렇게 닦달을 하시더라고. 정말 왜였을까? 할아버지라든가 할머니라든가, 웃어른께 쓰는 편지라면야 또 모르지만, 친구라든가 사촌 형한테 쓰는 편지도 늘 그렇게 시작하라면서 가르치시던 기억이 났어. 그래서 그런지 엄청나게 더운 날에만 펜을 들면 꼭 이 문장을 우선은 쓰고 다음 내용을 생각하게 되더라. 우습지? 사실 전하고 싶은 내용이 분명히 있으니까 편지를 쓰게 되는 건데, 늘 저 한 문장을 쓰면서 전부 잊어버리곤 했다니까. 아, 하지만 이번은 아니야! 우미카 쨩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서, 잊어버리기 전에 빨리빨리 저 문장을 써야지 싶었거든. 그러다가 보다시피 글씨가 엄청나게 더러워져 버렸지만…. 편지에서까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역시 좀 그러려나 싶어서 처음부터 다시 쓸까 고민했는데, 역시 이대로 이어서 쓰려고 해. 우미카 쨩에게 내일이라도 당장 전해질 거라 생각하면 부끄러웠겠지만, 지금이라서 오히려 더 편하게, 전부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 언제 전해질지 모르는 지금이라서 말이야.
오늘은 너무 덥길래 우미카 쨩 생각을 했어. 아, 물론 우미카 쨩 생각은 덥지 않더라도 매일매일 하고 있지만! 너무 더워서 손부채를 마구 부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나더라. 우미카 쨩이 있는 금고 안도 바깥처럼 이렇게 더운 걸까? 만약 그렇다면, 지금쯤 우미카 쨩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그 강철 같은 금고 안을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있는 걸까? 으윽, 지금 쓰면서 생각했는데 금고는 금속이잖아?! 우미카 쨩이 녹아 버리는 거 아닌지 진심으로 걱정되기 시작했어…. 우미카 쨩은 조그맣고 사랑스럽고 예쁜 데다가 세상에서 제일 귀여우니까, 조금이라도 다치거나 녹아 버리거나 하면 분명히 너무 슬플 거야! 우미카 쨩은 정말 강하고 용기 있는 아이라는 거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그거랑 이거는 별개라구, 아무리 강하고 용기 있대도 다치거나 녹아 버릴 수는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이런 걱정을 하는 나도 조금만 용서해 줘, 하하. 물론 나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그도 그럴 게 우미카 쨩은 정말 소중하고…. 윽, 이걸 전부 쓰자면 분명히 준비한 편지지에 넘쳐 버릴 테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꼭 말로 다 전할게. 약속해!
언제 편지였더라, 벚꽃이 지길래 우미카 쨩이 보고 싶어서 썼던 편지니까 4월쯤이었으려나? 그때 편지에도 썼었지만, 난 우미카 쨩이 어떤 곳에서 지금 살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서 그게 너무 답답한 거 있지. 언제쯤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사실 그저께 우미카 쨩을 생각하다가 엄청 충격을 받아 버린 게, 내가 우미카 쨩의 목소리를 잊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버린 거야.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목소리가 아닌 것 같고, 조금 높았나 생각하다가도 그것보단 낮았던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열심히 떠올려 봤는데, 네 목소리가 기억이 나질 않더라. 쥬레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서 오세요!" 하고 밝게 울리던 목소리라든가, 어쩌다 전화를 걸면 "여보세요?" 대신 "사쿠야 씨"라는 말로 전화를 받던 네 목소리라든가, 전부, 전부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떻게 네 목소리를 잊어버릴 수 있는지 스스로가 아직도 이해가 안 돼…. 어떻게 목소리를 잊어버릴 수가 있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우미카 쨩의 목소리를?! 내가 너무 한심스럽고, 그렇다 해서 남들에게 우미카 쨩 목소리에 대해 물어봐도 내 머릿속에 정확하게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이대로는 우미카 쨩이 돌아오기 전까진 목소리를 영영 잊어버리는 거 아닌가 무서워져서, 어제 옛날 뉴스고 자료 영상들이고 이것저것 뒤적여 봤어. 우연히라도 쾌도들의 음성이 전부 삭제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영상이 남아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없더라. 전혀 없어! 하핫! 음성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정보가 이쪽에도 하나도 남아 있질 않아. 생각해 보면 우리가 듣던 너희의 목소리, 쾌도들의 목소리는 늘 미묘하게 달랐던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그래서 그다지 중요한 단서로 취급되진 못했던 걸지도. 그냥 영상을 보면서, 왜 저땐 몰랐을까, 왜 저땐 저게 너라고 눈치를 못 챘을까 생각하는 게 전부였어. 내가 조금이라도 일찍 눈치챘다면, 아주 약간이라도 지금의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또 답잖게 우울해져서 빨리 영상실을 떴지 뭐야. 무엇보다 미안한 건, 분명히 너인 루팡 옐로를 계속해서 돌려보고 또 돌려봤는데도, 저게 아무래도 너 같지가 않다는 거였네. 아직까지도 난 루팡 옐로인 너를 알아볼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사실은 아직도 자꾸 들어.
받지 않는 메시지를 보내는 게 지치더라. 읽음 표시가 뜨지 않는 게 너무 괴로운 거야. 받지 못할 거란 걸 알면서도 자꾸자꾸 한 마디씩 너한테 보내고 싶어지는데, 그럴 때마다 쌓이는 건 읽음 표시도 안 붙은 혼잣말들뿐이고…. 이러다가 시간이 정말 오래오래 지나 버리면, 그때 거기서 금고 안으로 들어가기를 선택한 우미카 쨩을 아주 조금이라도 탓하게 되어 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되기 시작해서. 그래서 편지를 쓰기로 했었어! 편지는 다 쓰고 나서도 내가 부치지 않으면, 우미카 쨩이 못 읽는 건 당연하니까, 그러면 그것만으로도 조금 안심이 된달까. 우미카 쨩 때문이 아니라, 부치지 않은 나 때문인 거니까! 원인을 내 쪽으로 돌려 버리니까 엄청나게 편하더라구, 하핫.
사실 우미카 쨩이 다시 돌아오고 나서, 휴대폰에 쌓인 메시지들을 보고 엄청나게 놀라 버리는 거 아닐까 싶었거든…. 혹시나 거기에 대해서 죄책감 같은 걸 느껴 버리지 말라고 하는 말이야, 이건. 전부 내 탓으로 해도 되는 거니까, 우미카 쨩! 그러니까 어서 나와서 내 탓 많이 해 줘. 편지를 써 놓고선 부치지를 않아서 한 통도 읽질 못했다고, 바보 같은 나 때문에 하나도 전해지지 않았다고, 가장 먼저 날 원망해 줘, 우미카 쨩. 그럼 내 마음이 엄청 많이 편해질 것 같다. 정말이야, 진심이야! 언제든 기다리고 있어.
그래도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아무래도 이 정도뿐이니까.
보고 싶어.
정말 보고 싶다, 우미카 쨩.
항상 이 말까지 쓰고 나면 더 이상 무슨 말을 더 써야 할지, 스스로도 종잡을 수가 없게 돼. 사실 처음으로 쓴 편지는, 내가 읽어도 좀… 음, 뭐랄까. 부담스럽다 해야 하나? 우미카 쨩이 읽을 거라 생각하면 부끄러워질 정도로 감정이 격해져 있어서, 그냥 찢어 버렸어! 우미카 쨩이 언젠가 몇십 통을 단숨에 읽어내려갈 때에도 민망하지 않을 정도로 자제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글쎄, 어떠려나. 지금 이 편지를 끝내고 나면 또 한 번 처음부터 읽어볼 생각이야. 부끄러우면 또 찢어 버리고 다시 쓰면 되지! 너에게 편지를 쓰면서 보내는 시간은 전혀 아깝지가 않은걸.
우미카 쨩이 언제 금고를 나와도, 언제 다시 나를 마주해도 부끄럽지 않도록 난 늘 힘낼게! 그러니까 우미카 쨩도, 아, 힘내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 지금까지 정말 많이 힘내 왔잖아? 그러니까 지금은 모든 일이 다 끝난 금고 안에서 푹 쉬다가, 언젠가 바깥으로 나와서 다시 힘내고 싶어질 때쯤에, 그때 느긋하게 나와 주면 좋겠다. 그럼 정말 좋겠어. 그 안은 너무 더울 테니까, 그러니까 금방 나와 줄 거지? 그 안에서 더위에 헤롱헤롱해져 있을 우미카 쨩도 너무너무 귀엽겠지만! 그래도 역시 그런 네 옆에서 손부채라도 부쳐 주고 싶은 게 내 마음이라서 그런가 봐.
보고 싶다, 우미카 쨩! 내일도 너한텐 행복한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어. 내가 우미카 쨩을 생각하면서 늘 이렇게나 행복한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