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欅坂46 - 二人セゾン (Keyakizaka46 - Futari Saison)
평범한 머리색을 지니고 태어나지 않았다.
멜토가 친구들과 함께 마을을 나와 인간들의 세계에 섞여 살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금방 알게 되었던 사실 중 하나는, 인간이란 일반화의 경향이 생각보다도 심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류소우족의 시선으로 인간을 볼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아무래도 그러한 시선으로 '보는' 입장보다는 '보아지는' 입장에서 사람은 그 경향성을 더욱 쉽게, 그리고 무겁게 느끼기 마련이었다.
자신들의 목적이나 정체를 아는 몇몇 인간들이, 자신의 파란 머리카락을 '멜토는 류소우족이니까'라는 이유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멜토가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었다. 인간에게서는 쉬이 발견되지 않는 무언가의 특이한 형질을 지니고 있어도, 그것은 매우 간단히 종족성의 차원에서 설명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그것이 도대체 어째서인지, 멜토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햇빛을 받으면 반짝이는 검은 머리카락의 코우나, 짙고 맑은 아마빛 머리카락의 아스나를 보고 인간은 '류소우족이니까 저런 머리카락일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째서 자신의 푸른 머리카락만을 그리도 쉬이 '류소우족이니까'라는 이유로 돌리고 마는 것일까? 인간으로서는 이해하거나 설명하기 어려운 모든 형질을, 종족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무래도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멜토로서는 그만두기 힘들었다.
*
"멜토가 생각이 좀 많을 뿐이라니까? 아무도 그런 식으로 생각 안 해!"
"아스나가 너무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치만 우리 마스터도 멜토의 머리색은 무지 좋아하셨었는걸? 눈에 띄어서 정말 좋아~ 라구!"
"그건 마스터 블루가 날 찾으실 때 잡아내기 쉽단 뜻이셨겠지…."
아스나에게 말해 봤자 진지하게 들어 줄 리가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멜토는 그만 단념한 듯 타츠이가家의 거실 소파에 털썩 하고 걸터앉았다. 200년 가까이를 친밀하게 지내 온 이들로서는 이제 약간 습관성으로까지도 느껴지는 한숨도 그 뒤를 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스나는 솜사탕 과자를 입에 한가득 넣은 채 우물거리며 멜토 쪽을 흘깃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돌려 버리는 것이었고.
멜토의 장광설에 아스나가 웬일인지 귀를 기울여 준다 싶다가도, 언제나 이런 식으로 끝나곤 하는 두 사람의 주고받기였다. 멜토가 자기 나름대로 주장과 근거를 궁리하여 자아낸 장황한 논설을 늘어놓고 있자면, 아스나는 꼭 '그거 아니지 않아?'라는 가벼운 지적으로 꼭 말허리를 찌르고 만다. 그것은 아무렇지 않은 듯하면서도 은근히 이야기의 맹점을 짚어내기 마련이었는데, 멜토로서는 이러한 유형의 발언들이 과연 아스나의 숨겨진 지성 혹은 논리력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에서 기인한 것인지를 도저히 구분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의 논리가, 다른 누구도 아닌 아스나에게만 그렇게 늘 맥없이 무너지곤 하는 것을 기이하게 여길 줄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예전보단 많이 나아진 것 같은데? 안 그래?"
"나아져? …뭐가?"
"멜토의 태도 말이야~. 그 머리색에 대한 태도."
아스나의 말마따나, 멜토가 자신의 머리색을 진심으로 좋아해 본 적은 드물었다.
인간들은 멜토의 물빛 머리색을 쉽사리 '류소우족이니까'라는 까닭으로 돌리곤 제멋대로 이해해 버리기 일쑤였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근본적으로 틀린 추론이었다. 멜토의 머리색은 류소우족 내에서도 흔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어째서 자신은 이런 색깔을 머리카락에 들이고 태어났을까. 아이 티는 엊저녁에 벗은 세 사람이었지만, 그래서 흔히들 말하는 사춘기도 뛰어넘은 지 오래였지만, 멜토는 그 시기의 기억을 머리에서 완전히 지워 버리지는 않고 있었다.
철이 들고서부터 멜토가 주변으로부터 들어 왔던 몇몇 이야기들은 때로는 경이 섞인 부러움의 말이기도 했고, 또 때로는 다름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러한 머리색에 하필이면 심약한 성격을 함께 타고나 버린 멜토는, 그러한 반응들에 하나하나 속을 앓으며 잠을 이루지 못하기 일쑤였다. 머리색 때문에 주목받는 것조차 싫었다. 그 주목이 부정적인 성질의 것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
머리에 잉크를 부어 버리고 싶어.
아스나보다도 키가 작았을 즈음의 멜토는 울면서 말했다. 어리고 소심했던 멜토로서 할 수 있는 최대의 발버둥이었다. 머리카락 때문에 주목받는 건 싫어. 왜 나만 모두와 다른 거야. 어째서 나는 파란색 머리카락으로 태어난 거야. 마을의 가장 구석, 물 냄새가 짙은 계곡에서 절망스러운 듯 두 무릎을 쭈그리고 앉은 채 머리카락을 손가락 새로 꾸깃꾸깃 욱여넣으며 멜토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째서 이러한 말들을 아스나에게 뱉고 있는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그저 눈앞에 아스나가 있어서, 라고 멜토는 우선 생각했었다.
"왜? 그러면 냄새 때문에 머리가 엄청 아플 것 같은데."
"아스나는 아무것도 몰라서 그래."
"멜토는 자기 머리가 싫어?"
"싫어! 정말 싫어. 어째서 이렇게 태어난 거야? 왜 나만 지나가면 사람들이 이쪽을 보는 거야? 다들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그게 너무 무서워."
"……."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이렇게 태어난 게 아니란 말이야! 머리색이 예쁘단 말도 싫어. 모두들 날 보면 처음 꺼내는 말은 머리색뿐이잖아. 어째서야? 그냥 날 보고 지나갈 순 없는 거야? 내게 특별한 건 머리색뿐인 거야? 어째서 나만 이런 머리색으로 태어난 거야…."
"으응….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못나게 뭉그러진 흙바닥과 그 밑을 도도히 흘러가는 물만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던 멜토로서는 아스나의 표정을 알아챌 수 있을 리 만무했지만, 아스나의 무구한 말씨는 자연스레 한쪽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있잖아, 난 한 번도 멜토의 머리색이 특별하다 생각해 본 적 없어."
"…그럼?"
"음….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할지, 잘은 모르겠지만!"
"……."
"굳이 말하자면 특별한 쪽은 멜토 아닐까?"
예나 지금이나 아스나의 아무렇지 않은 말들은 순수하기 그지없었다. 깊은 생각보다는 차라리 옅은 의식에서 태어나는 그녀의 말들은, 언제나 생각이 많고 신중한 멜토를 답답하게도 만들었지만 가끔씩은 그 깊은 생각의 늪 사이에서 멜토를 건져올리기도 하곤 했었다.
그런 말을 들은 것은 정말이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머리색이 아니라, 내가 특별한 거라고. 멜토는 도무지 생각도 해 본 적 없는 그 다정함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사실 지금의 멜토에게, 쪼그려 울고 있던 그 작고 심약했던 시절보다 훨씬 크게 자란 멜토에게 묻는다 해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생각해 보면 멜토는 그때부터 아스나를 좋아했던 게 틀림없었다. 자신을 특별하게 여겨 주는 아이에게 애정을 느끼는 것은, 여린 심성을 가진 소년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인지도 몰랐다.
*
"나아진 건 역시 너 때문이야."
"응? 나? 뭐가 나 때문이야?"
"하여간 너는…. 모르면 됐어."
아스나는 어째서 저렇게 아무것도 모를까. 어쩜 저렇게 둔하고 미련할까. 괜스레 떠올려 보는 귀여운 질타의 말들을 멜토는 속으로만 굴리다 이내 쓱쓱 지워 버렸다. 아스나를 원망하는 건, 어떻게 해서든 이 머리색을 지워 버리고 싶었던 어린 시절만으로 족했다고 생각했다. 굳이 아스나만은 아니더라도, 그땐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이 괜스레 얄밉기만 했던 시기였지만.
"과자는 그걸로 그만 먹어. 살찐다."
"또 그런 말! 멜토는 맨날 그 소리밖에 안 하더라!"
"넌 어린 시절이랑 변한 게 없으니까. 전혀."
그 변하지 않는 모습을 좋아한다는 것은, 멜토로서도 아직은 알 수 없는 연한 연심의 발자국 같은 감정일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