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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무 본편 1~13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3월 말 즈음 알게 된 것이었지만, 자와메 시에서 벚꽃이 개화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부근을 자주 가는 것이 아니라서 모를 수 밖에 없었지만. 알게 된 계기는 역시나 누나에게서. 이번에 벚꽃이 만개했는데 스테이지로는 그곳이 좋지 않겠냐는 질문에 팀 가이무와 함께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도착하는 순간에 낙화하는 것들을 보며 감탄하는 듯한 함성이 들렸고 나 또한 그런 행동을 금치 않았다. 스테이지로 딱 좋을 것 같아! 어때, 유우야? 나쁘지 않아, 처키. 랫트, 뭐해? 사진 찍고 있어! 주변에서 여러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것에 집중하기엔 환하게 비추는 햇살과 떨어지는 벚꽃들이 한껏 어우러져 아름답게 빛나는 것처럼 보여서 꽃잎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광경을 눈에 담아두느라 넋을 놓고 있었다. 누군가가 낙화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나를 툭툭 치며 내 이름을 불렀는데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마이였다. 왜 그래? 라고 질문하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저 고개를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말해주고 웃어줄 뿐이었지만.

 

"이제 그만 갈까?"

 

  유우야가 그리 말하자 나와 밋치를 제외하고 탄식의 소리가 들렸고 항의하는 말이 계속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유우야는 잠시 보러 나온 것이고 춤 연습을 해야 되지 않겠냐는 말에 모두 조용히 수긍하고는 다시 출발할 준비를 했는데 밋치는 제자리에 서 있으며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유우야 형, 전 조금만 더 남아있어도 될까요?"

 

  그 말을 들은 모두가 밋치를 쳐다보았다. 시선이 그의 쪽으로 다 몰렸으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는 거였지만 밋치는 당황한 것처럼 보였고 두 손을 가슴께에 올리며 다른 의미가 아니고 구경하고 싶어서요, 라며 웃어 보였다. 유우야는 그런 밋치를 쳐다보다가 눈웃음을 보이며 알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발걸음을 반대편으로 옮겼다. 유우야가 움직이자 모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계속 밋치 쪽을 쳐다보면서 유우야의 뒤를 따라갔다. 이 자리에 남은 사람은 이제 나랑 밋치 뿐이었지만.

 

"코우타 형은 안 가세요?"

"어? 아니! 가야지. 좀 더 구경하고 올 거야?"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보며 나도 따라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 그럼, 더 보다가 와! 그에게 손을 흔들다가 유우야, 네가 향한 쪽으로 뛰어갔다. 그러고 보니 벚꽃의 꽃말은 절세 미인 이랬던가. 낙화하는 벚꽃들 사이로 가만히 서 있는 밋치를 보니 그리 생각했다. 밋치에게 잘 어울리는 꽃말인 것 같아.

 

*

 

잔인하지 않은 거짓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

 

  유우야 형이 실종된 지 몇 주가 되었던가. 여전히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그 크랙이 열린 이후로 유우야가 보이지 않았다고, 마이 누나와 코우타 형이 그리 말했었다. 나와 코우타 형이 아머드 라이더로 활동하면서 모두가 유우야 형을 걱정했는데 결국 다시 록시드의 숲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고 우리는 다른 팀의 아머드 라이더들을 이용하여 하얀 아머드 라이더를 바깥으로 이끌기로 했고 계획대로 그 라이더는 바깥으로 나와주었다. 그 일 이후 알아낸 것은 충분히 많았다. 알아낸 것이 많은 만큼 궁금한 점도 생기기 마련인 것인지. 학교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형의 차에 올라타 이그드라실에 잠입하자고 마음먹었다.

 

  숨어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보안이 철저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날 잡으러 오지 않는 건지. 움직임이 보일 때마다 모습을 숨기기에는 안성맞춤은 아니었으나 운이 좋은 것인지 숨을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었다. 눈에 띄는 문은 없었으나 가까운 곳부터 들어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시 카메라도 없는 걸까. 괜한 긴장감에 자신도 모르게 고르던 숨소리를 내지 않으며 동공은 자유롭게 주변을 살필 뿐이었다. 주변이 조용하니 작은 소리 하나 빠져나가지 않도록 천천히 움직여 가까운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조금 더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커다란 나무가 자리하고 있었고 그곳엔 이그드라실 연구원들이 나무 주위를 감싸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커다란 나무, 그리고 억지로 열어버린 듯한 크랙, 그 크랙 사이로 보이는 록시드의 숲, 그 숲에서 나오는 양상형 쿠로카게 트루퍼가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놀란 마음을 굳이 티 내지 않으며 바쁘게 사진을 찍어댈 뿐이었다. 코우타 형에게 알려야겠어. 사진을 다 찍고 급히 나와 길을 따라가니 위로 올라가는 보폭이 좁은 계단이 나왔고 그것을 따라 올라갔는데 그곳에는 회의실이 존재하고 있었다. 회의실에도 중요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주변을 살핀 뒤 문을 열고 들어갔고 그곳에는 다수가 앉을 수 있는 의자와 그 앞에는 책상들이 놓여 있었고 저만치 먼 곳에는 컴퓨터가 자리 하는 책상을 발견하였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들이 있을 거야. 그리 생각하여 나는 그 책상 쪽으로 걸어가 컴퓨터를 작동시키고 중요 파일을 뒤적거렸을 뿐이었다.

 

  호기심을 사람을 죽이곤 한다. 내가 그곳에서 알아낸 것은 유우야 형이 록시드의 숲에 있는 열매를 먹고 인베스가 되어버린 것, 그런 유우야 형을 코우타 형이 변신하여 쓰러트린 것. 나는 그것을 숨죽인 채 볼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그 장면과 더불어 정보를 복사해 이그드라실 사람들에 의해 갇혀있는 코우타 형과 그 옆 방에 있던 카이토를 꺼내준 뒤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복사했다는 사실을 숨긴 채로. 신뢰하지만 이 사실만큼은 코우타 형에게 알려줄 수 없어. 그리 생각했다. 더는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게 됐을 뿐이다. 마이 누나와 대화하며 옅게나마 웃어 보이는 코우타 형을 보며 생각했다.

 

*

 

몇 년 전에 본, 내 기억 속에 남은 벚꽃들은 서서히 썩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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